天理가 심미적으로 드러난 유가미학
병산서원의 건축적 질서는 하늘처럼 항상 고요하며 시공으로 지속되는 중용과 같이 위압하지 않는 순서와 친화의 체계를 가지며 그 생명적 체계는 ‘만대루’로 인해 완성된다.
병산서원은 ‘배산임수’하여 안산과 멀리 있는 조산을 관망하는 일반서원과 달리 앞산이 막고 있어 답답하고, 급히 흐르는 강물로 인해 지기(地氣)가 쌓일 틈이 없는 터라고 한다. 그러나 동․서재의 툇마루와 만대루의 빈 공간은 7칸이나 무한공간이 되어 병산을 없는 듯 비어있게 산음(山陰)으로 시야를 맑게 틔우고, 누마루의 높은 곳에서 물을 내려다보고 산을 마주하게 하여 높은 산을 낮게 만드는 건축으로 자연을 완성한다.
또한 정면에선 강직하나 측면에선 곡직한 기둥 위에 떠있고 만대루의 좌․우를 가려서 끝이 보이지 않게 한 수평의 빈 공간 사이로 낙동강은 천강(天江)이 되어 공중으로 흐른다. 강물은 잔잔하게 흘러서 도도하며 “천지(天地) 저 밖으로 아득히 흘러” 태연(太然)하다.
이곳에선 구속되지 않는 것이 구속이다. 병산서원은 구속됨으로 소리조차 없이 자유롭다. 복례문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비어있고 양옆으로도 연속적 허의 체계를 이룩하여 모든 곳에서 텅 비어 속박하는 체계를 느낄 수 없다.
건축가·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
[출처] 김개천의 명묵의 건축 <14> 병산서원 만대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