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국역 징비록

4. 명明나라를 치겠다는 일본국서日本國書가 말썽이 됨

  • 관리자
  • 2021-06-20 오전 9: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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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통신사가 가져온 왜의 국서에, “군사를 거느리고 명나라에 뛰어 들어가겠
다.”는 말이 있었는데, 나는 “마땅히 곧 사유를 갖추어서 명나라 조정에 알려야한
다.”고 말하였는데, 수상首相47)은 “명나라 조정에서 우리가 왜국과 사사로이 통신한
것을 죄책할까 염려되니 알리지 말고 숨겨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는 것이
었다. 나는 말하기를, “일로 인해서 이웃 나라를 왕래하는 것은 한 나라로서 어찌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성화成化48) 무렵에 일본도 역시 일찍이 우리나라를 통해서 중국
에 조공朝貢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므로, 즉시 사실대로 명나라 조정에 알렸더니, 명나
라 조정에서는 칙서를 내려 회유回諭하였던 것입니다. 먼저의 일이 이미 그러하오니
다만 오늘 뿐만의 일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이것을 숨기고 알리지 않는다면 대
의大義에 있어서도 옳지 아니합니다. 더구나 적賊이 만약 실제로 명나라를 침범할 계
획이 있어서 이 사실을 다른 곳으로부터 들어 알게 된다면, 명나라에서는 도리어
우리나라가 왜국과 공모하여 숨기는 것으로 의심할 것이니, 이렇게 된다면 곧 그
죄는 다만 왜국에 통신사를 보냈다는 일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조정에서는 나의 의견이 옳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드디어는 김응남金應南49) 등을 파견하여 명나라 조정에 이 사실을 빨리
알리게 하였다.
이때 복건성福建省50) 사람 허의후許儀侯․ 진신陳申등이 왜인에게 사로잡혀 왜국안
에 있었는데, 그들은 이미 왜국의 이러한 정세를 비밀히 알렸으며, 또 유구국琉球
國51)의 세자 상녕尙寧도 연달아 사신을 파견하여 이 소식을 알렸는데, 다만 우리나
라 사신만이 아직 이르지 않으므로 명나라 조정에서는 우리가 왜국과 어울린 것
으로 의심하고는 이에 대한 논의가 자자하였다. 이때 각로閣老허국許國52)은 일찍
이 우리나라에 사신으로 다녀간 일이 있으므로 홀로 “조선朝鮮은 정성을 다하여

우리나라를 섬기고 있으니 반드시 왜국과 더불어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좀더 기
다려 보자.”하였다. 그런데 얼마 아니하여 김응남金應南등이 보고하는 글을 가지고
이르니, 허국은 크게 기뻐하고 명나라 조정의 의심도 비로소 풀어졌다고 이른다.

 

47) 首相: 영의정 이산해(李山海)
48) 成化: 명나라 헌종 때의 연호
49) 金應南(1546~1598) : 조선조 선조 때의 문신. 자는 중숙(重叔), 호는 두암(斗巖), 본관은 원주(原
州). 선조 때 문과에 급제하여 대사헌 ․ 대사간을 거쳐 좌의정을 지냄
50) 福建省: 지명. 곧 중국의 복건성
51) 琉球國: 일본의 구주 남쪽 지방에 있는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지금 충승열도(沖繩列島)이다.

52) 許國: 명나라 신종 때의 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