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李鎰을 순변사巡邊使직책에서 갈고, 이빈李薲을 그에 대신하게 하였다.
평양성의 싸움에 명나라 군사가 보통문普通門으로부터 성안으로 들어가자, 이일李
鎰과 김응서金應瑞는 함구문含毬門으로부터 성안으로 들어갔었는데, 군사를 거두게
되자 다 물러나와 성 밖에 주둔해서 밤에 왜적들이 도망하여 가버려도 그 다음날
아침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제독李提督은 우리 군사들이 잘 경비하여 지키지 않
아서 왜적으로 하여금 도망하여 가버리는 것도 알지 못하게 하였다고 나무랐다.
이때에 명나라 장수로서 일찍이 순안順安으로 왕래하며 이빈李薲과 서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이일은 장수 재목이 못되고 오직 이빈이 좋겠다.”고 다투어 말
하니, 제독提督은 공문을 보내 그런 사정을 말하였다. 이에 조정에서는 좌상左相윤
두수尹斗壽로 하여금 평양平壤에 이르러서 이일의 죄를 묻게 하고, 군법軍法으로 다
스리려 하였으나, 얼마 뒤에 이를 풀어 주고, 다시 이빈으로 이일의 소임(순변사)
을 대신하게 하고, 군사 3천명을 뽑아 거느리고 제독 이여송을 따라 남쪽으로 가
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