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국역 징비록

41. 왜적의 첩자 김순량金順良 등을 잡아 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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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2 오전 9: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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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적의 간첩 김순량金順良을 사로잡았다.

내가 안주安州로부터 군관軍官성남成男을 파견하여 전령을 가지고 적을 나가칠

일을 수군장군水軍將軍김억추金億秋에게 비밀히 약속하게 하였다. 그때가 12월 2일

이었는데, 이때 경계하여 말하기를

“6일 이내에 전령을 돌려보내도록 하라.”

하였는데, 그 기일이 지나도록 전령을 돌려보내지 않으므로, 성남成男에게 그 이

유를 추궁하여 따졌더니, 성남은 말하기를

“벌써 강서江西군인 김순량金順良으로 하여금 돌려 드리게 하였습니다.”

하므로, 나는 또 김순량을 잡아오게 하여 그 전령이 어디 있는지를 물으니, 그

사람은 고의로 전혀 모른다는 모양을 하는데 말하는 것이 꾸며대는 듯하였다. 성

남은 말하기를,

“이 사람이 전령을 가지고 나간 지 며칠 뒤에 군중軍中으로 돌아왔는데, 소 한

마리를 끌고 와서 가족과 그 동무들과 함께 잡아먹으므로 사람들이 ‘소를 어디서

가져왔느냐?’고 물으니 김순량은 대답하기를, ‘내 소인데 친척집에 맡겨 기르다가

지금 도로 찾아왔을 따름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말을 들으니 행동

이 의심스럽습니다.”하였다. 나는 그제야 고문을 하여 그를 엄중히 국문하게 하였

더니, 곧 사실대로 고백하여 말하기를,

“소인이 적의 간첩이 되어 그날 전령과 비밀 공문을 받아 가지고 곧 평양성으

로 들어가서 이를 적에게 보였더니, 적장은 전령을 책상 위에 놓아두고, 비밀 공

문을 보고 나서 찢어 없앴으며, 소 한 마리를 상으로 주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간

첩이 된 서한룡徐漢龍에게는 명주[紬] 다섯 필을 상으로 주면서 다시 다른 비밀을

탐지하여 15일 안으로 와서 보고하라기에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고 나왔습니다.

하였다. 나는 “간첩이 된 사람이 홀로 너뿐이냐? 또 몇 사람이나 있느냐?”하고

물으니, 대답하기를,

“모두 40여 명이나 되는데 순안順安․ 강서江西의 여러 진영에 흩어져 나와 있으

며, 또 숙천肅川․ 안주安州․ 의주義州에 이르기까지 뚫고 들어가서 돌아다니지 않는

데가 없으며, 일이 있는 대로 곧 알리고 있습니다.”

하였다. 나는 크게 놀라서 즉시 임금에게 장계를 올리고 또 그들의 이름을 조

사하여 여러 진에 급히 알려 이를 잡게 하였는데, 혹은 잡히고 혹은 도망하였다.

그리고 성 밖에서 김순량의 목을 베었다.

이 일이 있은 지 오래지 않아 명나라 군사가 이르렀는데 왜적들은 알지 못하였

다. 이는 대개 그 간첩의 무리들이 놀라 도망한 까닭이었다. 이것도 역시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우연한 것이었으나, 하늘의 도움이 아니하고는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