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 草庵新成 偶題壁上 초암신성 우제벽상
초가집을 새로 짓고 나서 우연히 벽에 써서 붙이다
西美洞中三月末(서미동중삼월말) 삼월 말 서미동西美洞에 초가 짓고 이사 와서,
東庵六十五年翁(동암육십오년옹) 예순 다섯 된 늙은이 동쪽 초당에 거처하네.
任他憂病侵凌久(임타우병침릉구) 그는 병고로 근심하며 시달린 지 오래이나,
賴有漁樵笑語同(뢰유어초소어동) 다행히 어부와 초부가 있어 함께 담소한다네.
江雨乍晴千里草(강우사청천리초) 강변에선 언뜻 비 개면 푸른 풀 천리에 이어졌는데,
林花全落五更風(임화전락오경풍) 숲속에선 꽃잎이 다 지고, 새벽 되니 바람이 부네.
幽懷獨去還怊悵(유회독거환초창) 깊은 생각 근근이 지웠는데 또다시 서글퍼지니,
人事天時兩不竆(인사천시양불궁) 인생사와 계절 변화 두 가지는 끝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