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三月晦。獨來玉淵書堂。少坐凌波臺。見碧桃正開。殊可愛玩。忽念此物關我何事。要須從山水風花。都不着心。方是究竟法。因書一絶于南窓。以自警云。
삼월 그믐날, 홀로 옥연서당玉淵書堂에 나왔다가, 잠시 능파대凌波臺에 앉아서, 벽도화碧桃花가 때마침 피고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사랑스러워서 완상玩賞하다가 홀연 ‘이 경물景物이 나와 어떤 일로 연관이 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산천山川이며 바람과 꽃 등 자연의 실상實相에 순응해야하는데, 여태까지 (이 실상에) 전념하지 못했다. 이제 겨우 자연의 궁극적 진상眞相을 깨우쳐, 한 수의 절구시絶句詩로 써서 남창에 붙여놓고, 스스로를 경계警戒 하며 조심하는 마음으로 읊어 본다.
一步移來便墮塵(일보이래변타진) 한 걸음만 빗나가도 곧바로 세속화되는데,
看山看水亦迷眞(간산간수역미진) 산천을 관상觀賞하면서도 그 진상眞相 잃고 헤매네.
還知逐物皆成癖(환지축물개성벽) 대도大道 벗어난 사물 추구는 다 나쁜 습관 됨을 겨우 알았나니,
雲月風花解誤人(운월풍화해오인) 설월풍화雪月風花같은 자연감상도 사람 해칠 수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