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贈太雲 증태운 승려 태운에게 써주다
僧太雲。爲余看護玉淵精舍殆十年。前冬。余羈寓山中。親知斷絶。雲自河上來。相隨 不去。一日。出詩軸。有余辛巳春所題云。細草初生洛水湄。梅花又發驛南枝。斜陽獨抱廵簷興。偶寫山僧軸裏詩。俯仰之間。已十九年矣。而衰病如許。無復舊日情致。再和其韻。
승려 태운(太雲)은 나를 위해서 옥연정사를 근 10년 동안 관리해왔다. 지난 겨울, 내가 산중에서 타향살이 하며, 친지와도 왕래를 끊고 있을 때, 태운이 하회에서 와서, (나를) 동반해주며 돌아가지 않았다. 어느 날 그가 시축詩軸을 내놓았는데, 그 두루마리에는 내가 신사년<辛巳年:1581년 서애 40세> 봄에 지은 시가 있었으니, 그 시는
“낙동강 강변에 새싹이 갓 돋아나니, 細草初生洛水湄
역참 남쪽 매화가지도 곧 꽃망울 터뜨리겠네. 梅花又發驛南枝.
황혼녘에 팔짱 끼고 처마 앞 거닐며 흥겨운데, 斜陽獨抱巡簷興
우연히 승려가 펼친 두루마리에 시 한 수 써줬네. 偶寫山僧軸裏 詩.”
라고 읊었던 것이었다. (그 후) 잠깐 동안이었건만, 이미 19년이나 지났다. 내가 노쇠하여 생기는 병이 이와 같으니, 다시 지난날의 정취를 회복할 수 없어, 재차 그 시의 운자韻字를 써서 여기에 한 수 읊는다.
春風又到曲江湄(춘풍우도곡강미) 춘풍이 굽이도는 강기슭에 거듭 불어오니,
紅入桃花更幾枝(홍입도화경기지) 붉게 물든 복사꽃이 몇 가지에 연이어 피네.
桑田海水眞朝暮(상전해수진조모) 뽕밭이 바다 되 듯 세상사 실로 조석으로 변하는데
舊物唯存一首詩(구물유존일수시) 예전 물건 보존된 게 이 시 한 수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