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除夕 在覺華寺東庵偶題 제석 재각화사동암우제
섣달 그믐날 밤에 각화사覺華寺 동암東庵에서 우연히 쓰다
繞壁沿溪細逕斜(요벽연계세경사) 담벼락 두른 듯한 산에 계곡 따라 오솔길 구불구불 이어졌고,
雲林深護梵王家(운림심호범왕가) 구름 걸친 숲이 묘하게 절을 감싸고 있네.
一窓霽色明殘雪(일창제색명잔설) 창밖은 날이 맑아 잔설殘雪이 선명하고,
千里遙岑散暮霞(천리요잠산모하) 아득히 먼 산봉山峰에는 저녁놀 흩어지네.
塵世去來如夢幻(진세거래여몽환) 이 세상은 왔다 가는 것이 덧없는 몽환夢幻 같고,
人生離合似風沙(인생리합사풍사) 사람 살다 헤어짐과 모임이 바람에 날리는 모래와 흡사하네.
若爲學得安心法(약위학득안심법) 만약 안심법安心法을 배워 깨우칠 수만 있다면,
羽化登仙不足誇(우화등선부족과) 날개 돋은 신선이 됐다 해도 과장한다 할 수 없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