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 延陵寄書來 勸余閒中著書 戲答 연릉기서래 권여한중저서 희답
연릉군延陵君 이호민李好閔이 서신을 보내와서, 한가할 때 책을 써보라고 내게 권하기에, 농 삼아 답하다
著書亦不惡(저서역불오) 책을 쓰는 것 또한 싫지는 않으나,
著書良費力(저서양비력) 책을 쓰는 게 실은 상당히 힘들어졌다네.
朋徒已怠散(붕도이태산) 문인門人들 이미 주의력 해이해져 있고,
筆硯久寥落(필연구요락) (나 자신도) 필묵을 손에서 놓은 지 오래되었다네.
譬如寒灰中(비여한회중) 이를테면 이미 사그라진 재속에서,
宿火寧用撥(숙화영용발) 어찌 꺼지지 않는 불씨를 꺼내 쓸 수 있겠는가!
獨有兩地心(독유양지심) 오로지 양쪽에서 책 쓸 마음만 지니고 있다면,
相期永無斁(상기영무두) 언제나 저서에 관한 혐오감이나 생기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