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 八日 還西美洞 三首 팔일 환서미동 삼수
초여드렛날 서미동西美洞에 돌아와서 쓴 시 세 수
其一
紅葉滿山秋色老(홍엽만산추색로) 온 산에 단풍 들어 추색秋色이 짙어 지고,
碧天如水鴈聲哀(벽천여수안성애) 물빛 같이 푸른 하늘에 기러기 소리 애달프네.
佳辰酩酊非吾事(가진명정비오사) 호시절에 만취함은 내 본색이 안이라서,
信馬行吟入洞來(신마행음입동래) 말 가는 대로 버려 두고 시 읊다 보니 동네 어귀 들어섰네.
其二
出洞意不適(출동의부적) 동구 밖을 나서면 마음이 편찮은데,
入洞良足樂(입동양족락) 동네 어귀 들어서니 기쁘기 한량없네.
獨來不逢人(독래불봉인) 홀로 돌아오며 마주치는 사람도 없는데,
秋風動林壑(추풍동림학) 추풍만 수림 우거진 산골짝을 뒤흔드네.
其三
古道生秋草(고도생추초) 옛 길에는 가을풀이 자라고 있는데,
空山已夕暉(공산이석휘) 인적 없는 산에 벌써 석양이 깃드네.
小菴依舊在(소암의구재) 조그마한 암자 옛날 그대로 있는데,
聊可掩柴扉(료가엄시비) 아니, 어찌 사립문이 닫혀있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