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月夜 與子姪步梅花下 次東坡飮酒杏花下韻
월야 여자질보매화하 차동파음주행화하운
달밤에 아들과 조카를 데리고 매화나무 아래를 거닐다가, 소동파蘇東坡의 시 「살구꽃 나무 아래서 술을 마시다 (飮酒杏花下)」를 차운하여
江邊物色艶暮春(강변물색염모춘) 강변의 경치는 춘삼월에 아름답지만,
月中花影尤宜人(월중화영우의인) 달빛 아래 꽃 그림자가 더욱 마음에 드네.
蘇仙佳句至今傳(소선가구지금전) 소동파의 아름다운 시구詩句에 지금까지 전해지듯이,
絶勝流水涵淸蘋(절승유수함청빈) 절경 이루며 흘러가는 강물에 부평초 떠 있네.
南枝北枝俱爛熳(남지북지구난만) 남쪽 북쪽 가지마다 매화꽃 만발했는데,
風來萬點飄香雪(풍래만점표향설) 바람 불자 수많은 꽃잎이 향기로운 눈 되어 날리네.
沈吟花下繞百匝(침음화하요백잡) 매화나무 아래서 생각에 잠겨 거닐다 보니 백 바퀴인데,
不覺西峯已殘月(불각서봉이잔월) 어느덧 서산 산봉에 달이 다 져가고 있었네.
人間得喪等浮雲(인간득상등부운) 인간 세상의 득실은 뜬구름과 같을지니,
一醉花間萬事空(일취화간만사공) 매화나무 아래서 심취한 동안 만사에 얽매이지 않았네.
莫笑白髮被花惱(막소백발피화뇌) 늙은이가 꽃을 보고 감상感傷에 젖으면서,
且爲衰顔得酒紅(차위쇠안득주홍) 노쇠한 얼굴 술기운에 붉어졌다 웃지 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