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서애선생 시

여기에 게시된 서애선생관련시는 서애선생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류명희.안유호님의 "국역 류성룡시 1권~ 4권" 내용을 게시한 것입니다.

2-44 讀陽明集有感 二首 독양명집유감 이수 양명집을 읽고 느낀 바 있어 쓴 시 두 수 서문 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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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9 오후 1: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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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명학과 주자학은 논지가 배치背馳되는데, 대체적인 요지는 단지 치지격물致知格物 네 글자에서, 별도의 의견을 수립한 것에 있다. 주자는 말하기를, 사람 마음의 영명함에는 식별력[]을 지니지 않음이 없고, 천하의 만물에는 이치[]를 지니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사물에 나아가 그 이치를 철저하게 탐구하게 함으로써, 그 식별력을 이루도록 하였다. 왕양명은 (만사만물에대한) 이치는 내 마음[]에 있으므로, 외부에서 찾을 수 없다고 여겼으니, 그가 논한 학설은, 한결이 (사려思慮를 거치지 않고 직관하는) 양지良知를 위주로 하였다.

옛날에 맹자는 이치[: 公理]와 의리[: 正義]가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고 논할 때에는 반드시 귀와 눈을 가지고, 비유했다. 대체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그 뜻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무릇 눈이란, 본시 천하의 색채를 보는데 충분하지만 천하에 색채라는 것이 없다면, 눈이 어떻게 볼 수 있겠는가? 귀는 본시 천하의 소리를 듣는데 충분하지만, 소리라는 것이 없다면, 귀가 어떻게 들을 수 있겠는가? 입은 본시 천하의 음식맛을 변별하는데 충분하지만, 천하에 맛 란 것이 없다면, 입이 어떻게 분별해낼 수 있겠는가? 이것은 진실로 내심[五感]과 외물外物을 합친 방법이므로, 오로지에 있는 것[內心]은 옳고, 외부에 있는 것[만사만물]은 그르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양명학설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말을 듣게 한다면, 반드시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 사람들은 오직 밝음을 눈에서 구해야 할 것이니, 눈이 밝으면 천하의 모든 색깔을 보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오직 귀의 밝음은 귀에게만 책임지워야 할 것이니, 귀가 밝으면 온 천하의 소리를 듣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오직 입맛을 줄어들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니, 입맛을 잃지 않으면 곧 천하의 음식 맛은, 저절로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그 눈과 귀와 입을 내버려 두고, 고생하면서 눈 밝음은 색채에서 구하고, 귀 밝음은 소리에서 구하며, 입맛의 분별은 맛에서 구한다면, 색채와 소리와 맛에 있어서, 색채 그 자체가 스스로 밝아질 수 있는 것이고, 소리 그 자체가 스스로 들릴 수 있는 것이며, 맛 그 자체가 스스로 맛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라고 할 것이다. 이런 말이 한 번 퍼져 나가면, 천하 사람들은 의기소침해져서, (소문만 듣고도) 토의에 참여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눈으로 비록 (사물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의 시력은 (전설상의 인물로 눈이 아주 밝았다는) 이루離婁만 못하고, 귀로 비록 들을 수 있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의 청력은 (나라의 뛰어난 악사였던) 사광師曠만 못하다. 입이 비록 음식 맛을 분별할 수 있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의 음식 맛 분별력은(춘추시대 제나라 요리사였던) 이아易牙만 못하다. 이것은 곧 선각자만이 홀로 터득하고, 익혔던 것이었기에 학문이 귀한 것이 되는 이유이다. 만약 서책을 내던져 놓고, 방안에 앉아서 눈을 조용히 감고, 오직 본심[天性 天理]의 양지良知 사이에서만 일을 하려고 한다면, 비록 일시적으로 응집된 역량을 조금은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지만, 그러나 이른바 작은 예의범절 3천 가지에 큰 강령이 되는 예의 3백 가지라는 광대한 조목을 실행하고, 정미함까지 다 완성하는 것에는 결국 성인과 같아지지는 못할 것이다.

! 가정년간(嘉定年間:12081224) 이후, (도학道學:이학理學을 배척한) 비정통 학문의 폐단이 입으로 말이나 하고 귀로 듣기나 하는 사이에 극성했으니, 왕양명 역시 그것을 바로 잡으려다가 너무 지나쳤던 것이었던가? 그렇지 않다면, 설마 불가佛家의 탈을 쓰고, 이른바 내용은 그대로 둔 채 겉모습만 바꾸어서, 한 세상을 농락하려 했던 사람이었단 말인가? 두 편의 시를 각각 뜻하는 바가 있어 읊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