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서애선생 시

여기에 게시된 서애선생관련시는 서애선생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류명희.안유호님의 "국역 류성룡시 1권~ 4권" 내용을 게시한 것입니다.

99, 朝天行 조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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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2 오후 1: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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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朝天行 조천행

 

朝天行 思吳君仲周也 己巳 余奉使北京 遇仲周於班行中 論學有契 仲周 新安人 名京 尊朱子 能言近世學術之非 作序詩送余 其後連寄書相問 今二十餘年 不復聞音信

조천항 사오군중주야 기사 여봉사북경 우중주어반행중 논학유계 중주 신안인 명경 존주자 능언근세학술지비 작서시송여 기후연기서상문 금이십여년 불부문음신

 

명나라 천자를 알현했던 사행 길은 오중주를 생각나게 한다. 기사년 내가 성절사 일행에서 성절사의 임무를 받들어 북경에 갔을 때, 군신들의 조반 행렬 가운데서 중주를 만났는데, 그와 학문을 논하면서 서로 마음이 통했다.

중주는 신안현 사람으로, 이름은 경이다, 주자를 존경했으며, 능히 근세 학문의 오류를 지적해내는 인물로, 서문을 붙인 시를 지어 내게 보냈다, 그 후 계속하여 서신을 띄어 안부를 물었는데, 지금껏 20여 년이 되도록 다시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嗟余質愚學迷方(차여질우학미방) 내 자질 우둔하여 학문의 길 잃은 걸 한탄하나니,

晩生遐裔同蜉蝣(만생하예동부유) 원방의 후학은 하루살이나 마찬가지구려.

平生徒讀古人書(평생도독고인서) 평생을 오직 옛 사람 서적 읽으면서,

尙友千載思前修(상우천재사전수) 천 년 전 현인을 벗으로 삼고 전대의 명인을 사모했소.

觀周幸醻遠遊志(관주행수원유지) 주변 경관 보며 시문 주고받던 걸 그리워하며,

歲暮悲歌燕市秋(세모비가연시추) 세밑에 연경에서 머물던 때를 비가로 읊네.

聲名文物二百年(성명문물이백년) 성위와 전장제도로 교화시킨 이백년,

所見雖多非所求(소견수다비소구) 본 것은 많았지만 취할만한 것은 아니었네,

王正念八是聖節(왕정념팔시성절) 정월 스무 여드렛날은 황제의 생신일,

濫上勻天朝玉旒(남상균천조옥류) 넘치는 인파가 하늘만큼 모여 황제를 배알코자 했네.

鷄人唱曉彤庭闢(계인창효동정벽) 계인이 날 밝았음을 알리자 궁문이 열리니,

衣冠濟濟鳴琅球(의관제제명랑구) 엄숙하게 의관 정제한 관료들 패옥소리도 낭랑했네.

鵷翔鷺集分左右(원상노집분좌우) 원추새와 백로의 의용 갖춘 백관들이 좌우로 나눠서고,

亦有三千縫掖流(역유삼천봉액류) 도포차림 유학자들 삼천 명도 운집했네.

新安高士婉淸揚(신안고사완청양) 신안출신 고매한 선비 미목이 수려했는데,

姓名吳京字仲周(성명오경자중주) 성명은 오경이요 자는 중추라네.

顧余一笑何繾綣(고여일소하견권) 나를 돌아보며 짓는 미소 얼마나 정겹던지,

問答未久心相投(문답미구심상투) 서로 문답한지 얼마 안 돼 마음이 통했네.

道術眞僞辨毫釐(도술진위변호리) 이학설의 진위를 미세한 것까지 따졌으나,

濂洛餘波宗辥侯(렴락여파종설후) 주자와 정자의 여파로서 설후가 으뜸일세,

硡言間出俗耳駭(굉언간출속이해) 고성의 호령 간혹 터져 나와 군중의 귀 얼얼한데,

滿庭閉口還包羞(만정폐구환포수) 온 조정이 입을 봉한 채 수치 또한 참고 있네.

寧知異地風馬牛(영지이지풍마우) 타국이라 풍마우 격이니 어찌 알겠는가 만,

一言契合無薰蕕(일언계합무훈유) 한마디 말까지 일치한다면 미추의 구별이 따로 없겠지.

居然許我七十子(거연허아칠십자) 뜻밖에도 나를 공자의 칠십 제자처럼 칭찬하며,

作詩送我情悠悠(작시송아정유유) 시를 지어 내게 주니 그 정이 끝이 없었네.

關山別意入畫圖(관산별의입화도) 관산별의 넉자를 기입한 이별도 에는,

春草萋萋玉河洲(춘초처처옥하주) 옥빛 푸른 강가에서 봄풀이 무성하네.

東還蹤跡隔雲泥(동환종적격운니) 동촉으로 귀국한 후 왕래가 구름과 진흙거리만큼 멀어졌으나,

屢憑雙鯉伸綢繆(루빙쌍리신주무) 누차 어형목판에 간식한 서신으로 정의 전했네.

邇來消息久緬邈(이래소식구면막) 그래 와서 전한소식 한참 되어 아득해졌고,

萬事摧頹成白頭(만사최퇴성백두) 만사가 힘이 들고 지치니 백발마저 성성해지네.

萬事摧頹成白頭(만사최퇴성백두) 그리움을 대륙에 뜬 달에게나 의지하는데,

神交萬里君知不(신교만리군지불) 만 리 밖에서 그리워하는 마음을 그대는 아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