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서애선생 시

여기에 게시된 서애선생관련시는 서애선생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류명희.안유호님의 "국역 류성룡시 1권~ 4권" 내용을 게시한 것입니다.

3-125, 月下獨步庭中。偶吟遣懷 월하독보정중。우음견회 달빛 아래서 홀로 뜰 안을 거닐다가 감흥이 일어 우연히 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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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9 오후 12: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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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月下獨步庭中偶吟遣懷 월하독보정중우음견회

달빛 아래서 홀로 뜰 안을 거닐다가 감흥이 일어 우연히 읊다

 

於世百無用 어세백무용 세상에 백사百事가 다 소용所用이 없었는데,

還家苦不早환가고부조 귀향을 앞당기지 못한 것은 괴로웠네.

晩收廊廟跡만수낭묘적 늘그막에야 조정에 나갔던 행적 거둬들이고,

歸作田中老귀작전중노 귀향하여 밭에서 일하는 늙은이 되었네.

田中無所有전중무소유 (그러나) 밭에는 거둬들일 수확물이 별로 없고,

繞屋只桑棗요옥지상조 집을 에워싼 것은 뽕나무와 대추나무뿐일세.

地偏車馬少지편차마소 사는 곳이 외져서 거마車馬의 내왕이 드물고,

親知跡如掃친지적여소 친지親知 다녀간 자취도 빗자루로 쓸어낸 듯 휑하네.

環堵數畝餘환도수무여 담장 안은 협소해도 백여 평은 되나니,

掩關事幽討엄관사유토 사립문 닫고 뜰 안 경물景物 유심히 살펴보네.

行庭愛明月행정애명월 뜰을 거닐다보니 밝은 달 사랑스럽고,

坐階憐芳草좌계련방초 섬돌에 앉아보니 꽃다운 풀들 어여쁘네.

月旣解人意월기해인의 달은 진작부터 이 사람의 심정 헤아렸으니,

相隨永爲好상수영위호 서로 의존하는 것이 영원하면 좋겠네.

草亦不世情초역불세정 풀 또한 세속의 정감이야 통하지 않지만,

一般同懷抱일반동회포 일반적으로 품고 있는 성정性情은 동일하리라.

無情勝有情무정승유정 무정無情한 것보다는 유정有情한 것이 더 좋아서

邂逅還傾倒해후환경도 연한 만남에도 마음이 쏠리어 반갑다네.

聖言曲肱樂성언곡굉락 성인聖人은 팔베개하고 잠을 자도 () 즐긴다 하였고,

詩歌稼穡寶시가가색보 시경詩經에서는 농사짓는 소중함을 노래했네.

吾生卽此足오생즉차족 나의 생애는 이제 이만하면 족하나니,

笑傲竆凉燠소오궁량욱 궁핍한 생활 따위는 너털웃음으로 희롱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