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月下獨步庭中。偶吟遣懷 월하독보정중。우음견회
달빛 아래서 홀로 뜰 안을 거닐다가 감흥이 일어 우연히 읊다
於世百無用 어세백무용 세상에 백사百事가 다 소용所用이 없었는데,
還家苦不早。환가고부조 귀향을 앞당기지 못한 것은 괴로웠네.
晩收廊廟跡。만수낭묘적 늘그막에야 조정에 나갔던 행적 거둬들이고,
歸作田中老。귀작전중노 귀향하여 밭에서 일하는 늙은이 되었네.
田中無所有。전중무소유 (그러나) 밭에는 거둬들일 수확물이 별로 없고,
繞屋只桑棗。요옥지상조 집을 에워싼 것은 뽕나무와 대추나무뿐일세.
地偏車馬少。지편차마소 사는 곳이 외져서 거마車馬의 내왕이 드물고,
親知跡如掃。친지적여소 친지親知 다녀간 자취도 빗자루로 쓸어낸 듯 휑하네.
環堵數畝餘。환도수무여 담장 안은 협소해도 백여 평은 되나니,
掩關事幽討。엄관사유토 사립문 닫고 뜰 안 경물景物 유심히 살펴보네.
行庭愛明月。행정애명월 뜰을 거닐다보니 밝은 달 사랑스럽고,
坐階憐芳草。좌계련방초 섬돌에 앉아보니 꽃다운 풀들 어여쁘네.
月旣解人意。월기해인의 달은 진작부터 이 사람의 심정 헤아렸으니,
相隨永爲好。상수영위호 서로 의존하는 것이 영원하면 좋겠네.
草亦不世情。초역불세정 풀 또한 세속의 정감이야 통하지 않지만,
一般同懷抱。일반동회포 일반적으로 품고 있는 성정性情은 동일하리라.
無情勝有情。무정승유정 무정無情한 것보다는 유정有情한 것이 더 좋아서
邂逅還傾倒。해후환경도 우연한 만남에도 마음이 쏠리어 반갑다네.
聖言曲肱樂。성언곡굉락 성인聖人은 팔베개하고 잠을 자도 (도道를) 즐긴다 하였고,
詩歌稼穡寶。시가가색보 시경詩經에서는 농사짓는 소중함을 노래했네.
吾生卽此足。오생즉차족 나의 생애는 이제 이만하면 족하나니,
笑傲竆凉燠。소오궁량욱 궁핍한 생활 따위는 너털웃음으로 희롱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