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題龜鶴亭三首 제구학정삼수
구학정龜鶴亭을 시제詩題로 쓴 시 세 수
其一
繞郭沿溪細逕賖(요곽연계세경사) 외성外城 돌아서 냇물 따라 오솔길 나 있는데,
官橋村樹巧藏遮(관교촌수교장차) (구학정은) 관교촌官橋村 수림에 교묘하게 가려졌네.
苔侵古石玄衣濕(태침고석현의습) 오래된 바위에 이끼 끼었고 관복도 축축해지는데,
峀列晴霄彩翼斜(수열청소채익사) 갠 하늘 아래 늘어선 산봉山峯은 채색 날개 펼친 듯하네.
異地逢塲眞不偶(이지봉장진불우) 타지에서 만남은 진실로 우연이 아닌데다,
幽居占勝儘堪誇(유거점승진감과) 은거지에 승지勝地까지 갖췄으니 찬미하기에 족하네.
主人高節如淸獻(주인고절여청헌) 주인의 고상한 절의節義는 (북송北宋 관료) 청헌淸獻과 같아서,
龜鶴相隨老一涯(구학상수로일애) 거북과 학도 서로 따르며 같은 물가에서 머문다네.
其二
龜鶴亭中龜鶴姿(구학정중구학자) 구학정에서 바라 본 거북과 학 닮은 풍경은
幽情物態共相宜(유정물태공상의) 심원한 마음과 경물이 함께 잘 어울리네.
身辭魯梲寜希錫(신사노탈영희석) 내가 나무 지팡이 사양하고 어찌 석장錫杖을 바라겠는가만,
夢入楊州更可騎(몽입양주갱가기) 꿈에 한양 가는 데는 놀랍게도 말까지 타고 갔다네.
孤艇乍回烟雨裏(고정사회연우리) 작은 배 한 척 홀연 안개비 속에서 돌아오고,
小橋吟過夕陽時(소교음과석양시) 시 읊으며 다리 건너는데 해질 무렵 되었네.
閒將二玩供眞樂(한장이완공진락) 한적하게 학과 거북 감상하면 참된 즐거움 느끼는데,
不許尋常俗子知(불허심상속자지) 보통 속인에게는 이런 감상 기대할 수 없다네.
其三
過臯曾揖羽衣仙(과고증읍우의선) 늪을 건너와 도복 입은 분에게 읍揖했는데,
祀骨何如曳尾賢(사골하여예미현) 제사 받는 거북유골이 어찌 빈천한 현자 보다 낫겠는가?
軒對晩峯看立立(헌대만봉간립입) 정자에서 저물녘 산봉 마주하고 우뚝우뚝 솟은 모습 바라보다가,
臺臨綠水弄淵淵(대임녹수농연연) 계심대溪心臺 아래 녹수綠水 굽어보며 깊디깊은 소沼도 감상하네.
雲天有路聲聞九(운천유로성문구) 창공에 길 있으니 구로회九老會에 소식 전하고,
蓮葉成巢壽滿千(연엽성소수만천) 연잎으로 지붕 덮은 은거지에서 천년 장수 빌어 보네.
麋鹿鳧鷖猶可友(미록부예유가우) 순록馴鹿과 물새와도 벗으로 사귈 수 있나니,
一區相伴共蹁躚(일구상반공편선) 한자리에 모여서 다 함께 덩실덩실 춤 추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