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서애선생 시

여기에 게시된 서애선생관련시는 서애선생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류명희.안유호님의 "국역 류성룡시 1권~ 4권" 내용을 게시한 것입니다.

4-5, 臥龍卷行 와룡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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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5 오후 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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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臥龍卷行 와룡권행

 

廬山高哉幾千仞(여산고재기천인) 여산廬山은 높기도 하지 몇 천 척이나 될꼬!

遠磨蒼翠凌紫穹(원마창취능자궁) 저 멀리서 뒤얽힌 청록 산봉 우뚝우뚝 높이 솟았네.

上有千尺銀派傾(상유천척은파경) 하늘에는 일 천척一千尺 기나긴 은하수 흐르고,

下有百丈蛟螭宮(하유백장교리궁) 땅에는 일백장一百丈 긴긴 교룡蛟龍 암반 이어졌네.

何年造物騁神巧(하년조물빙신교) 조물주가 언제 신비로운 솜씨를 펼쳤는지,

石竇隱隱潛黃龍(석두은은잠황룡) 석동石洞에 촬촬 흐르는 냇물 소리 황룡이 잠복했나보네.

細看鱗甲欲飛動(세간인갑욕비동) 비늘 같은 물결 자세히 보니 용이 비상하는 듯,

千古萬古奔波中(천고만고분파중) 천년만년 옛적부터 (저리) 세차게 흘러왔겠지.

謫仙一去山寂寞(적선일거산적막) 재학才學 출중한 은사隱士 다녀간 뒤 산은 적막하지만,

奇觀勝賞誰能窮(기관승상수능궁) 기이한 경치 감상 누구인들 마다하겠는가.

流傳一夕忽有遇(유전일석홀유우) 해질녘에 잠시 다니다가 홀연히 만난 사람 있었으니,

先生杖履來秋風(선생장리래추풍) 선생은 지팡이 짚고 거닐며 추풍 쐬고 있었네.

臨流磅礴不能去(임류방박불능거) 냇가에 오니 시냇물 콸콸 흘러 건널 수 없는 지라,

俯仰今古多悲衷(부앙금고다비충) 지난 세월 곰곰이 생각하니 마음이 몹시 슬프네.

佳名遙憶漢丞相(가명요억한승상) 높은 명성의 인사人士 회고하면 한승상漢丞相인데,

好事寄與西原翁(호사기여서원옹) 선행善行 기여 많이 한 인물은 서원옹西原翁일세.

數樣精舍靜且深(수양정사정차심) 몇 간의 정사精舍 고요하고도 그윽한데,

一幅遺像藏龕籠(일폭유상장감롱) 한 폭의 유상遺像이 감실龕室 안 죽기竹器에 봉안되어 있네.

仙翁釋子亦相携孤尋獨眺(선옹석자역상휴고심독조) 도사와 승려 도반道伴하여 (각자의) 도력道力으로 조망하다가

往往吐氣如長虹(왕왕토기여장홍) 왕왕 원기元氣 발산하면 그 정기精氣 무지개처럼 펼친다네.

當年夫子濟世志(당년부자제세지) 왕년에는 남아로서 세상 구제의 뜻도 지녔지만,

一起雷雨開鴻濛(일기뢰우개홍몽) 돌연 천둥 치고 폭우 내려 세상이 망망해졌다네.

如何一官便歸來(여하일관편귀래) 어쩌다 줄곧 관직에 있다 사직하고 돌아와서,

欲與魚鳥甘長終(욕여어조감장종) 물고기며 새와 더불어 삶을 길이 함께 하려는고!

天高慘慘白日遠(천고참참백일원) 하늘은 높되 침침하여 양광陽光은 멀기만 한데, 九廟漠漠烟塵蒙(구묘막막연진몽) 종묘宗廟는 정적에 잠겨 막막한 채 연진烟塵에 싸여있네.

大聲三叫龍不起(대성삼규용불기) 목청 높여 삼차 절규했으나 용은 꿈쩍도 않았으니,

堪嗟已矣行天功(감차이의행천공) 아하! 그만두자, 자연의 조화로 행해지는 것임에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