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遊西厓感舊 幷序 유서애감구 병서
辛未冬 余始於江西厓石上得勝地 欲築室爲藏修之所 鑿山修基。且沿江開細路 陪先君子遊賞 其後以其占地頗狹 移就北潭 作精舍往來 不復至此處 今秋 與伯氏來尋舊迹 見基址猶存 而小逕爲雜草所埋 略可辨也 爲之悲感 作一律 西厓今改名翔鳳臺
신미동 여시어강서애석상득승지 욕축실위장수지소 착산수기 차연강개세로 배선군자유상 기후이기점지파협 이취북담 작정사왕래 불부지차처 금추 여백씨래심구적 견기지유존 이소경위잡초소매 약가변야 위지비감 작일율 서애금개명상봉대
신미년(辛未年 : 1571년 : 서애 30세) 겨울, 나는 마침내 ‘낙동강 서쪽 언덕[西厓]’의 바위 주변에 경치 좋은 택지宅地를 얻었기에, 집을 지어서 학습에 전념할 수 있는 곳을 만들려고 하였다. 산을 파내고 기초를 다진 다음, 강변을 따라서 좁다란 길을 틔웠다. (그리고는) 돌아가신 아버님(서애 부친:입암立巖 류중영柳仲郢의 별세 시기는 계유년<癸酉年:1573년>으로, 서애 32세 때임)을 모시고 그곳을 돌아다니며 감상했는데, 그 후에 그 터가 너무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어 북쪽 강가(북담北潭)로 택지를 바꾸어 정사[遠志精舍:이 정사의 완공 시기는 병자년(丙子年:1576년) 정월이고, 위치는 북쪽을 향하고 있음. 즉, 북촌댁北村宅 뒤편의 강 언덕에 동남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화천(花川 : 부용대芙蓉臺 앞의 낙동강) 건너편 부용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음]를 짓고 왕래하였다. (그 뒤로) 다시는 이곳에 와보지 않았었다. 금년 가을(원지정사가 완공된 1576년 가을로 보임)에, 형님과 함께 와서 지난 자취를 살펴보니, 집터는 그대로 있는 듯이 보였으나, 오솔길은 잡초에 묻혀 어렴풋이 분간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그로 인해서 비감悲感에 잠겨 율시律詩 한 수를 짓고, ‘서애(西厓 : 하회에서 보아 낙동강 서쪽 언덕을 이르는 명칭)’를 지금부터는 ‘상봉대翔鳳臺’라 부르기로 하였다.
翔鳳今名好(상봉금명호) 상봉대翔鳳臺라 이름붙인 지금의 명칭이 멋지나니,
緣崖舊路橫(연애구로횡) 언덕을 따라서 옛길이 가로 트였네.
藏修曾有約(장수증유약) (여기서) 학습에 전념하자고 일찍이 다짐했었는데,
山水尙含情(산수상함정) 산수도 아직 그 정취를 품고 있네.
石古孤松老(석고고송로) 오래된 바위틈에 노송老松 한 그루 외로운데,
江空片月明(강공편월명) 인적 없는 강변엔 조각달이 밝으네.
少年陪杖屨(소년배장구) 젊었을 때 선친先親을 모시고 이곳에 왔었는데,
追憶淚沾纓(추억루첨영) 옛 생각에 눈물이 흘러 갓끈을 적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