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酷暑歎 혹서탄
大地困炎溽(대지곤염욕) 대지가 후덥지근 무더위에 시달려서,
斗室如甑炊(두실여증취) 협소한 방안은 시루 안에 찌는 듯하네.
積雨更助鬱(적우경조울) 게다가 장맛비 오래 계속되니,
堂上生菌芝(당상생균지) 마룻바닥에 영지버섯마저 돋겠네.
蚊蠅不可驅(문승불가구) 모기와 파리떼는 암만해도 쫓아낼 수 없으니,
此物方得時(차물방득시) 이것들이 바야흐로 제철을 만났구나.
一窓卧復起(일창와부기) 줄곧 창가에서 누웠다 앉았다 하니,
體倦神亦疲(체권신역피) 몸은 나른해지고 정신마저 지쳐가네.
淸風颯然至(청풍삽연지) 한줄기 맑은 바람 솨솨 불어와서,
泠泠疎竹枝(냉랭소죽지) 댓가지 사이로 시원시원 지나가네.
借問來何自(차문래하자) 묻노니 이 맑은 바람 어디서 왔는고?
如與故人期(여여고인기) 마치 옛 친구와 만난 듯하네.
一吹羣慍解(일취군온해) 한 번 불어오니 온갖 분노 사그라지고
再吹百物滋(재취백물자) 다시 불어오니 모든 생물이 생장하네.
我願淸風吹遍萬萬里(아원청풍취편만만리) 원컨대 이 맑은 바람 멀리멀리 불어가서,
坐使民物俱康夷(좌사민물구강이) 백성이며 뭇 생물 모두 편안하게 하고,
更無酷炎燔坤維(경무혹염번곤유) 다시는 대지를 태우는 듯한 폭염이 없기 바란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