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夏日閒居 書懷 하일한거 서회
여름날 한거閑居 중에 느낀 바를 쓰다
首夏日方永(수하일방영) 초여름 낮이 바야흐로 길어지더니,
端居水木淸(단거수목청) 늘 거처하던 곳에 물과 나무가 산뜻해졌네.
悠悠世間事(유유세간사) 세상사에 유유자적하게 살다 보니,
歷歷心中明(역력심중명) 마음속이 청명해져 낱낱이 또렷해지네.
浮念苦纏繞(부념고전요) 덧없는 상념에 몹시도 시달렸는데,
幽懷安得平(유회안득평) 내심에서 서서히 평정을 얻게 됐네.
吾聞古聖哲(오문고성철) 내가 듣기에 고대의 성철聖哲은,
體道能遺形(체도능유형) 도道의 진상眞相 체득體得하여 능히 육신을 벗어났다네.
獨立宇宙間(독립우주간) 드넓은 천지에 초범탈속超凡脫俗하고 나니,
曠然無拘嬰(광연무구영) 도량이 넓어져서 얽매일 게 없다네.
至樂在方寸(지락재방촌) 지극한 즐거움도 마음 안에 있으며,
千駟一毫輕(천사일호경) 사천 필의 말도 한 가닥 깃털같이 가볍다네.
亦有學仙侶(역유학선려) 불로장생不老長生 비법 배우려는 도반道伴이 있다면,
飛步棲雲扃(비보서운경) 잰걸음으로 선원禪院에 들어가서 머무르리라
丹田養白鴉(단전양백아) 단전丹田에 흰 까마귀 정기精氣를 모으고,
宴坐竆黃庭(연좌궁황정) 입정入靜해서 황정경黃庭經을 깊이 탐구하리라.
道成謝俗人(도성사속인) 득도得道하면 속인俗人에게 작별을 고하고,
跨鶴昇靑冥(과학승청명) 백학白鶴을 타고 천상天上으로 올라가리라.
二者兩無柰(이자양무내)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모두 다 어찌할 수 없는 것,
歲月空崢嶸(세월공쟁영) 세월만 속절없이 흘러가고 마는구나.
委身貧病中(위신빈병중) 육신을 가난과 노병老病에 방치하니,
白髮滿頭生(백발만두생) 백발만 온 머리에 성성하게 생겼네.
獨有北窓下(독유북창하) 홀로 북쪽 창 아래에 서 있으니,
淸風非世情(청풍비세정) 맑은 바람은 세정世情같지 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