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退陶先生集中有次李白紫極宮詩 謹步韻寄懷 是夜夢見先生
퇴도선생집중유차이백자극궁시 근보운기회 시야몽견선생
퇴도문집에 이백의 시를 차운한 것이 있어, 삼가 그 시의 운자에 맞추어 회포를 기탁하였는데, 이날 밤 꿈에 선생을 뵙다.
山雨夜中來(산우야중래) 산속에 내리는 비 한밤중에도 내려서,
鳴我南窓竹(명아남창죽) 내 귓전에 부슬거리고 남창밖 대숲에도 부슬거리네.
憂端齊華嵩(우단제화숭) 근심이 화산과 숭산만큼 쌓였는데,
誰道不盈掬(수도불영국) 누가 말 했던가 한 줌에도 안 찬다고!
世人愛紛華(세인애분화) 세인은 분잡하고 화려한 걸 좋아하나,
吾心愛幽獨(오심애유독) 내 마음 한적하게 홀로 지내는 것 좋아하네.
風波一失脚(풍파일실각) 세찬 바람 거센 물결에 발 한번 헛디뎌서,
弱纜無歸宿(약람무귀숙) 약한 닻줄에 돌아갈 수도 없게 됐네.
往者亦如此(왕자역여차) 지난 일들도 이와 같았네,
來者不可卜(래자불가복) 다가올 일을 예측할 수 없다네.
天地無竆際(천지무竆제) 천지는 끝없이 드넓기만 한데,
陰陽有往復(음양유왕복) 음약의 두 기운은 끊임없이 왕복한다네.
大運去不息(대운거불식) 천체의 운행은 쉬지 않고 가기만 하는데,
世事多翻覆(세사다번복) 세상사는 이리저리 뒤집힘이 많구나.
一枕邯鄲夢(일침감단몽) 잠깐 누워 한단몽의 꿈을 꾸었는데,
黃粱熟未熟(황량숙미숙) 메조 밥은 다 익었는지 아직 덜 익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