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서애선생 시

여기에 게시된 서애선생관련시는 서애선생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류명희.안유호님의 "국역 류성룡시 1권~ 4권" 내용을 게시한 것입니다.

2-29 感事 감사 왕사往事로 인해 상감傷感에 젖어서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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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5 오전 9: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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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感事 감사     

        왕사往事로 인해 상감傷感에 젖어서 (삼)

 

十月車駕還都 십월거가환도

都人迎翠華(도인영취화) 도성都城의 백성들이 어가御駕를 영접하니,

佳氣還金闕(가기환금궐) 상서로운 기운이 궁궐을 감쌌었네.

草草漢官儀(초초한관의) 대충 대충 넘어가는 (명군明軍) 명나라식 의전절차에,

故老多垂泣(고로다수읍) 늙은 신하들 얼마나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던!

兩宮寄閭閻(양궁기려염) 양궁兩宮[선조와 인빈仁嬪김씨]은 여염집에 머물고,

百僚倚牆壁(백료의장벽) 백관百官은 담벼락에 기대고 섰었네.

公私一塗地(공사일도지) 관청은 물론 민가마저 모조리 파괴되고,

九街腥風拂(구가성풍불) 도성都城은 거리마다 피비린내 진동했네.

鍾簴誰復問(종거수복문) 종각鐘閣은 어떻게 복구하냐 묻지만,

淸廟生荊棘(청묘생형극) 종묘宗廟 터에조차 가시나무가 돋아났네.

遺民脫黥劓(유민탈경의) 남아 있던 백성 중 왜적 고문 벗어난 자,

百千纔二一(백천재이일) 수천수백 명 중 겨우 한 둘이었네.

饑羸不能起(기리불능기) 굶주림에 쇠약해져 일어나지도 못한 채,

指口求饘粥(지구구전죽) 입을 가리키며 죽 좀 달라 구걸하네.

花明紫殿陰(화명자전음) 궁궐 북쪽에 야생화 환하게 피었고,

草綠城南曲(초록성남곡) 성곽 남쪽 굽이마다 야생초 푸르렀네.

所見無異物(소견무이물) 보이는 것은 이전과 다른 게 없지만,

縱橫惟白骨(종횡유백골) 이리저리 널린 것은 백골뿐이었네.

孤臣極無似(고신극무사) 이 고루한 신하 너무나도 어리석어,

國事從顚覆(국사종전복) 국사를 수행하며 나라를 전복시켰네.

濫荷三接寵(남하삼접총) 외람되이 은혜 입어 하루에도 수차 알현하는 총애 받고도,

虛叨五鼎食(허도오정식) 부질없이 오정식五鼎食 탐냈었네.

承恩不能報(승은불능보) 성은聖恩을 입고도 보답할 길 없으니,

萬死有餘責(만사유여책) 만 번을 죽어도 그 책임은 남으리라.

驅馳戎馬間(구치융마간) 말채찍 휘둘러 각 군 진영 시찰하며,

黽勉輸筋力(민면수근력) 전력 다해 애썼으나 근력만 소진했네,

風餐薩水岸(풍찬살수안) 薩水 강변에서 찬바람 안고 식사했고,

野宿坡州雪(야숙파주설) 파주坡州 산릉에서는 눈을 맞아가며 야숙野宿도 했네.

釁積丘山重(흔적구산중) 과오는 쌓여서 산악같이 무거운데,

效計絲毫蔑(효계사호멸) 효과 있는 계책은 조금도 없었네.

治亂無定形(치란무정형) 난세를 다스림에 정해진 형식 없겠으나,

人爲可以卜(인위가이복) 사람이 하는 일이라 예측은 할 수 있다네.

永念陰雨初(영념음우초) 왜란 초기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綢繆或未密(주무혹미밀) 단속을 잘한다고 했으나 세밀하지 못했었네.

廟堂坐麟楦(묘당좌린훤) 조정에는 기린 탈 쓴 나귀들만 앉아 있었고,

邊鄙多朽木(변비다후목) 변방에는 썩은 나무 같은 사람이 허다했네.

人情有萬般(인정유만반) 인정人情은 각양각색이었고,

世議多翻覆(세의다번복) 세론世論은 번복되기 일쑤였네.

維綱旣解紐(유강기해뉴) 나라의 기강이 이미 무너지고 나니,

萬計歸虛擲(만계귀허척) 만 가지 계책이 다 허사였네.

千兵非所急(천병비소급) 일천 병졸 급히 필요한 게 아니라,

一將眞難得(일장진난득) 능한 장수 한 사람 구하기가 실로 어려웠네,

畫餠不可食(화병불가식) 그림의 떡은 먹을 수가 없나니,

金甌從此缺(금구종차결) 금 항아리 같은 국토가 이 왜란으로 훼손됐네.

亡羊牢可補(망양뇌가보) 염소는 잃었어도 축사畜舍는 보수해야 하고,

失馬廐可築(실마구가축) 말을 잃고서도 마구는 고쳐야 하는 것이네.

往者雖已矣(왕자수이의) 지나간 일은 비록 이미 끝났다 치더라도,

來者猶可及(래자유가급) 다가오는 일은 아직 해 낼 수 있다네.

誰能陳此義(수능진차의) 누가 능히 이런 뜻을 설명하며,

一一聞閶闔(일일문창합) 일일이 임금께 아뢸 수 있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