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서애선생 시

여기에 게시된 서애선생관련시는 서애선생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류명희.안유호님의 "국역 류성룡시 1권~ 4권" 내용을 게시한 것입니다.

88, 丹陽行 단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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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16 오전 11: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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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丹陽行 단양행

路出丹陽 時兵火之後 村落空虛 尋人居 跋涉山谷 夜深乃至 極危險 戲作丹陽行 以記一時之事

로출단양 시병화지후 촌락공허 심인거 발섭산곡 야심내지 극위험 희작단양행 이기일시지사

 

단양으로 길을 떠나는데, 때는 전란을 치른 뒤라서, 촌락이 텅텅 비워있어, 인가 찾아 산을 넘고 골짜기를 건너가다가, 밤이 깊어졌고 심지어 매우 위험한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심심풀이로 단양행을 지어서 당시의 일을 기록해 본다.

 

丹陽之山高復高(단양지산고부고) 단양의 산세는 높고도 높아서,

石峯攙天如列戟(석봉참천여열극) 석산 봉우리가 하늘을 찔러 줄지어 세워놓고 창끝 같네.

一線棧道縈巖巒(일선잔도영암만) 한 가닥 잔도가 험준한 산등성이에 얽혀서,

十步九折迷南北(십보구절미남북) 열에 아홉 걸음은 고부랑길로 남북이 헷갈리네.

巨壑谺然深不測(거학하연심불측) 큰 골짜기 깊어서 바닥을 헤아릴 수 없고,

陰崖慘慘楓林黑(음애참참풍림흑) 그늘진 벼랑 침침하여 단풍 숲마저 거뭇거뭇하네.

上坂巉巖下坂絶(상판참암하판절) 산비탈 위쪽은 가파른 암벽 아래쪽은 절벽인데,

層冰到處滑鎔鑞(층빙도처활용랍) 도처에 층진 빙판길 반질반질 녹아내린 납 모양일세.

人言此是鬼門關(인언차시귀문관) 사람들이 이곳을 귀문간이라 하여,

行人未上心先慄(행인미상심선율) 길손은 오르기로도 전에 마음 먼저 떤다네.

我今流離經此中(아금유리경차중) 내가지금 유랑하는 신세로 이곳을 지나가기에,

百口相隨飢凍迫(백구상수기동박) 식솔들은 따라오며 허기와 추위에 직면했네.

疲牛瘦馬鞭不動(피우수마편부동) 지친 소 야윈 말은 채찍질에도 꿈쩍 않는데,

日暮饕風吹虐雪(일모도풍취학설) 날 저 물자 거센 눈바람 사납게 몰아치네.

狐狸往往嘷我後(호리왕왕호아후) 여우와 살쾡이 이따금 등 뒤에서 울어대고,

猛獸咆咻當我前(맹수포휴당아전) 맹수는 포효하며 내 앞을 막아서네.

㩳然神動不可留(송연신동불가류) 두려워 정신이 아찔해서 지체할 수 없는데,

百里行盡無人煙(백리행진무인연) 백리를 다 가도 연기 나는 인가 없네.

僮僕號呼兒女泣(동복호호아녀읍) 사동들은 비명 지르고 아이들은 울어대니.

丈夫到此難爲顔(장부도차난위안) 대장부도 이쯤 되자 체면 세우기 어렵네,

平生學道未得力(평생학도미득력) 평생 도를 학습해도 아직 효과 없으니,

外物寧作秋毫看(외물영작추호간) 몸 밖 사물을 어찌 가볍게 여기겠나!

臨風快歌丹陽行(임풍쾌가단양행) 바람 안고 가며 빠른 박자로 단양행을 지어 읊으니,

自古人間行路難(자고인간행로난) 예로부터 인간의 행로는 고난의 길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