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서애선생 시

여기에 게시된 서애선생관련시는 서애선생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류명희.안유호님의 "국역 류성룡시 1권~ 4권" 내용을 게시한 것입니다.

98, 擬古 十首 의고 십수, 의고시 열수 (기 오 - 기 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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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0 오전 11: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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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擬古 十首 의고 십수, 의고시 열수 

 

其六 기육

松栢有正性(송백유정성) 소나무 잣나무 순정한 품성을 지녀서,

受命而不遷(수명이불천) 대지로부터 받은 생명의 본성 변하지 않네.

根盤巖石底(근반암석저) 뿌리는 암석 밑에서 본성 변하지 않네,

榦聳靑冥天(간용청명천) 줄기는 푸른 하늘로 높이 치솟았네.

風霜豈不苦(풍상기불고) 바람과 서리가 어찌 고통스럽지 않겠는가만,

物性良自然(물성양자연) 물성이 뛰어나서 어디에도 구속 받지 않는다네.

蒼然不可犯(창연불가범) 푸르른 위용은 범접할 수 없지만,

羞作桃李顔(수작도리안) 도리화의 색채 지니는 것은 두려워한다네.

時來作明堂(시래작명당) 때로는 좋은 묏자리 만들기 위해서,

不辭斧斤尋(불사부근심) 도끼 들고 벌목하는 것도 사양하지 않네.

苦心半已朽(고심반이후) 애써 다듬은 명당 절반은 이미 묵뫼 되어서,

螻蟻還相侵(누의환상침) 땅강아지와 개미마저도 서로 파고 드네.

風聲十里遠(풍성십리원) 바람소리 십리 밖 멀리서 들려 오길래,

時作老龍吟(시작노용음) 때맞추어 늙은이 목청 높여 시를 읊조려 보네.

 

其七 기칠

燕石亂荊玉(연석난형옥) 옥과 유사한 연석을 보옥인 형옥과 혼동시키니,

擧世不識眞(거세불식진) 온 세상이 진품을 식별하지 못하네.

周道鞠茂草(주도국무초) 길바닥엔 무성한 잡초로 우거지고,

四海多荊榛(사해다형진) 천하엔 가시나무와 개암나무가 허다하네.

顧瞻陳楚間(고첨진초간) 늘어진 가시나무 숲을 들러보는데,

日暮風捲塵(일모풍권진) 날이 저물 면서 바람이 흙먼지 말아 올리네,

翩翩孤鳳皇(편편고봉황) 훠얼 훠얼 날아가는 외로운 봉황새를.

噦噦來何從(홰홰래하종) 짤랑짤랑 방울 단 말 타고 어이 쫓아가랴!

空將五色羽(공장오색우) 공연히 오색작을 따라 다니다가는,

不遇朝陽桐(불우조양동) 동산의 오동나무에서 만나지 못하겠네.

雙鳥避網羅(쌍조피망라) 한 쌍의 새가 그물을 피해서.

婆娑雲水林(파사운수림) 구름 낀 물가 숲에서 훨훨 춤추고 있겠네,

相逢歎德衰(상봉탄덕쇠) 상봉하면 덕성이 쇠퇴했다 탄식하리니,

果哉非吾心(과재비오심) 정말이지 그건 뜻이 아니로세.

 

其八 기팔

周綱日陵遲(주강일능지) 주태의 법기가 나날이 쇠퇴하더니,

四海亂紛紛(사해난분분) 천하가 휘날리는 눈발처럼 어지러워졌다네.

明堂已蕪穢(명당이무예) 정전에는 이미 잡초가 무성하고,

繻葛風塵昏(수갈풍진혼) 수갈 전쟁이후 세상은 혼란에 빠졌다네.

皤皤柱下史(파파주하사) 귀밑머리 허옇게 센 주하사 노자마저,

獨駕靑牛車(독가청우거) 홀로 청우거를 타고 떠났다네.

遙遙出西關(요요출서관) 아득히 함곡관 부근에 출현하자,

紫氣先凌虛(자기선능허) 상서로운 자색 기운이 먼저 하늘에 서렸다네.

 

其九 기구

至人任顯晦(지인임현회) 수양이 지고한 사람은 벼슬과 은거를 임의대로 하니,

起滅秋空雲(기멸추공운) 나타나고 사라짐은 가을 하늘 구름 같다네.

身名兩俱隱(신명양구은) 육신과 명예 둘 다 드러내지 않음은.

大道不容言(대도불용언) 상리에 용인되지 않는 말일세,

悔逢關令語(회봉관령어) 관령을 만나 요청받은 말에 전력을 다해,

煩作五千文(번작오천문) 수고롭게 도 5천여 자의 저술을 하였다네.

黃鐘混瓦缶(황종혼와부) 황종같이 격조 있는 저술을 와부 같은 거친 언설이 흐리게 하자,

擾擾空多論(요요공다론) 공연히 갑론을박으로 시끌벅적 하다네.

 

其十 기십

矯矯龍門子(교교용문자) 위세 당당하고 명망 높은 고관댁 자제가,

彈琴大河陰(탄금대하음) 큰 강 남녘에서 거문고를 타고 있네.

琴聲淸且長(금성청차장) 거문고 소리 청아하고 울림이 높은데,

河水濁而湥(하수탁이돌) 강물은 혼탁하고 울림이 높은데.

希音世所棄(희음세소기) 음악성 결여된 음률은 세인 에게 버림받고,

古調不諧今(고조불해금) 고대 악조는 현세대와 어울리지 않는다네.

鼓罷三歎息(고파삼탄식) 연주가 끝나자 연이어 찬탄하며,

觀者爲沾襟(관자위첨금) 감상한 사람들은 옷깃을 적시었네.

空懷太平策(공회태평책) 부질없이 태평책 가슴에 품었다가,

零落在丘林(영락재구림) 산림 속으로 쓸쓸하게 시들어 떨어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