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書贈僧太雲 서증승태운, 승려 태운에게 써 주다.
正月二十六日 夜大雪 山中人迹斷絶 獨書齋守僧太雲者 自河上來伴余 一點殘燈明滅 㗳然雙影相對而已
정월이십육일 야대설 산중인적단절 독서재수승태운자 자하상래반여 일점잔등명멸 탑연쌍영상대이이
1월 26일, 밤에 큰 눈이 내렸다. 산중에 인적이 끊어졌는데, 독서재의 수승 태운이란 사람이 하회에서 와서 나와 함께 있어주었다. 한 점의 희미한 등잔불이 명멸하는데, 멍하니 한 쌍의 그림자만이 마주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前有太白後文殊(전유태백후문수) 앞에는 태산이요 뒤쪽에는 문수산이라,
山深雪塞無人迹(산심설색무인적) 산은 깊고 눈에 막혀 인적이 끊어졌네.
孤燈一夜耿不眠(고등일야경불면) 밤새껏 외로운 등불 켜 놓고 상심에 잠 겨 잠 못 이루며,
對影相看惟白足(대영상간유백족) 그림자 마주하고 바라보는 사람은 백족고승 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