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 子男哀詞 자남애사, 아들 자남子男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시
汝今捨我去(여금사아거) 너가 이제 나를 버리고 떠나가니,
一言與汝訣(일언여여결) 한마디 말로써 너와 영결해야 하는구나.
人生在世間(인생재세간) 사람이 태어나 이 세상에 사는 동안,
脩短固不一(수단고불일) 장수長壽와 단명短命이 실로 일정하지 않구나.
汝年纔十七(여년재십칠) 네 나이 이제 겨우 열일곱이지만,
純明有異質(순명유이질) 순하고 총명하며 자질도 뛰어났었다.
一疾困沈綿(일질곤침면) 한 번 병들더니 장시간 병석에서 쾌차치 못하고,
遷化爲異物(천화위이물) 숨을 거두어 저세상 사람 되었구나
薪盡火卽滅(신진화즉멸) 섶이 다 타야 불이 꺼진다는
達者有是說(달자유시설) 통달한 자의 말도 있었거늘!
汝薪未應盡(여신미응진) 너라는 섶은 아직 다 타지도 않았는데,
汝火胡遽滅(여화호거멸) 너라는 불은 어찌 이리도 급히 꺼져버리느냐!
火滅寄何處(화멸기하처) 불이 꺼졌으니 어디에 의탁할꼬!
薪沈付冥漠(신침부명막) 너라는 섶을 장사지내 저승에 보낸다
忍掘荒山土(인굴황산토) 애통함을 참으며 황량한 산의 흙을 파서,
埋此連城璧(매차연성벽) 여기 연성벽連城璧에 견줄만한 명당明堂에 (너를) 매장한다.
吾衰亦已甚(오쇠역이심) 이 애비도 이미 극심하게 쇠약해져,
能作幾時別(능작기시별) 멀지 않은 날에 이승을 떠날 듯 하구나.
無忘今世緣(무망금세연) 금세의 우리 인연 잊지 말고,
更結來生業(경결래생업) 다시금 내생來生에서 부자 인연 맺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