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次 柳思庵韻 幷序 류사암운 병서
사암思庵 유숙柳淑의 시(*역자 주석 : 시제詩題 :「가을비 속에서 느낌이 있어(秋日雨中有感)」에서 이르기를 :
타향살이 하면서 백발이 다 된 터라,
도처에서 사람 만나도 잘 알아보지 못하네.
고요한 밤 이슥하여 창가에 달빛만 가득한데,
비파의 선율 타고 「정과정」곡이 들려오네.
라고 읊었다. 훗날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이 그 시에 이어서 읊기를 :
비파의 선율 타고 「정과정」곡이 들려오는데,
그 여운 처량하여 차마 듣지 못하겠네.
고금을 통틀어 숙고해도 너무나 한스러운데,
내린 주렴 전면全面에 성근 비 뿌리는 데 「이소離騷」를 읽노라.
나는 이 시를 읽고 감동하여 시 한 수를 지어서, 사암思庵 유숙柳淑 선생에게 조의弔意를 표한다..
柳思庵淑詩。
他鄕作客頭渾白。到處逢人眼不靑。淸夜沈沈滿窓月。琵琶一曲鄭瓜亭。後陶隱繼之云。
琵琶一曲鄭瓜亭。遺響悽然不忍聽。俯仰古今多少恨。滿簾疎雨讀騒經。
余讀而感之。作一詩以吊思庵。
思庵冤結千年後(사암원결천년후) 사암思庵 선생 맺힌 한恨 천 년 후에도 이어진 듯,
江上秋峯數點靑(강상추봉수점청) 강변의 가을 산봉우리 여기저기 푸르네.
欲把琵琶彈夜月(욕파비파탄야월) 비파로 밤 밝히는 달을 탄주코자 하니,
曲中疑有鄭瓜亭(곡중의유정과정) 아마도 그런 곡 중에는 「정과정鄭瓜亭」이 제격일 듯하네.
유사암(柳思庵):사암(思庵) 유숙(柳淑)을 가리킨다. 사암(思庵)은 유숙의 호.
☆유숙(柳淑:1324∼1368):고려 공민왕(恭愍王:1330∼1374, 고려 제31대 왕. 성명은 왕전王顓) 때의 현신(賢臣). 본관은 서산(瑞山), 자는 순부(純夫), 호는 사암(思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