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己亥除夜 有感偶書 기해제야 유감우서
기해년(己亥年 : 1599년, 선조宣祖 32, 서애西厓 58세) 섣달 그믐 날 밤에 감회가 있어 우연히 쓰다
其一
去年除夜在何處(거년제야재하처) 지난 해 섣달 그믐날 밤엔 어디에 있었던고 ?
萬疊山中一小刹(만첩산중일소찰) 첩첩산중 조그마한 사찰에 머물렀었네.
古寺無人雪滿庭(고사무인설만정) 고찰古刹엔 인적 없고 백설만 뜰에 가득 덮였는데,
佛燈靑熒半明滅(불등청형반명멸) 불등佛燈의 푸른 불빛이 법당 가운데서 명멸明滅했네.
東臺老僧來伴宿(동대노승래반숙) 동쪽 승방僧房 노승이 와서 날 동반해 묵었는데,
永夜蒲團共愁絶(영야포단공수절) 긴긴 밤 둥근 부들방석에서 둘이 함께 (국난國難으로 인하여) 몹시도 근심했네.
其一
今年除夜河回村(금년제야하회촌) 올 섣달그믐날 밤은 하회河回에서 지냈는데,
卧聽西林風折木(와청서림풍절목) 누워서 들었다네 서쪽 숲에 바람 불어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를.
悲歡得喪一夢間(비환득상일몽간) 애환도 득실도 한바탕 꿈처럼 지나가고,
白髮垂肩轉衰疾(백발수견전쇠질) 백발이 어깨에 늘어지니 노병老病치레를 더 하게 되네.
明年此夕又何處(명년차석우하처) 내년의 오늘 저녁은 또 어느 곳에서 머물는지,
世事如雲不可測(세사여운불가측) 세상사 뜬구름 같아 예측할 수 없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