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題魚樂亭 八月十四日與伯氏同登 제어락정 팔월십사일여백씨동등
어락정魚樂亭을 시제詩題로 하여-(경자년庚子年:1600) 팔월 열나흘 날 형님과 함께 정자에 오르다-
亭在花山東麓。下臨洛水。亭主金君世商雖武人。而孝友絶人。鄕里稱之。晩年築亭於此。以漁釣爲事。余嘗名其亭曰魚樂。今過亭下。而金君已作古人。亭蕪廢。雜草滿庭。唯數叢山菊開花。動搖秋風而已。余不勝悲感。書一詩於壁上而去。
정자는 화산花山 동쪽 산기슭의 낙동강 강변에 있는데, 정자 주인은 김세상 공公으로 그는 비록 무인武人이었으나, 부모에 대한 효성과 형제간의 우애가 남달라서, 향리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칭송하였다. 만년에 그는 이곳에 정자를 짓고, 낚시질하여 물고기 잡는 것을 일삼아 지내기에, 내 일찍이 그 정자 명칭을 ‘어락정魚樂亭’이라 지어주었다. 지금 내가 그 정자를 지나가건만, 김 공金公은 이미 타계他界 한 사람이 되었고, 정자는 황폐해져, 뜰 안에 잡초가 우거진 채, 몇 포기의 산국화만 피어, 추풍에 한들거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나는 슬픈 감정을 이기지 못하여, 시 한 수를 써서 벽에 붙여 두고 간다.
孤亭猶在主人亡(고정유재주인망) 외딴 정자 아직 있는데 주인은 이 세상에 없으니,
雲物蒼茫歲月荒(운물창망세월황) 구름이 분주히 흘러간 듯 살았던 세월 공허하네.
秋草滿庭行逕沒(추초만정행경몰) 온 뜰에 가을 풀 우거져 오솔길이 묻혔는데,
一叢山菊爲誰香(일총산국위수향) 한 떨기 산국화는 누굴 위해 향기 풍기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