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風松石 幷序 풍송석 병서
풍송석서문을 병기함
齋寺東有大石 可坐十餘人 余於癸酉 與兄居先考憂 廬其側 其下大松 枝榦奇古 余取古人風松二大字鐫其面 因記其事
재사齋寺 동쪽에 큰 바위가 있는데, (그 곳에는) 십여 명이 앉을 수 있다. 내가 계유년癸酉年(1573. 서애 32세)에, 형님과 함께 선친 상중喪中에, 그 바위 옆에서 움막을 지어놓고 시묘侍墓를 하였다. 그 바위 아래쪽에는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그 가지와 줄기가 기이하고 예스러워서, 나도 옛사람을 따라서 ‘풍송風松’이란 큰 글자 두 자를 그 바위에 새겼음으로, 그 일을 여기에 기록한다.
盤陀一片石(반타일편석) 울퉁불퉁하고 펑퍼짐한 바위 하나,
長在靑山麓(장재청산록) 언제나 청산 기슭에 그대로 있구나.
傍有百丈松(방유백장송) 곁에는 높직한 소나무가 서 있어서,
風來自蕭瑟(풍래자소슬) 바람만 불어오면 절로 쏴 쏴 소리 나네.
每當獨來時(매당독래시) 번번이 나 홀로 여기 올 때마다,
遠憶銜哀日(원억함애일) 먼 곳의 선친 그리워 슬픔 품는 날이 되네.
荊萱盡凋謝(형훤진조사) 자형수紫荊樹며 망우초忘憂草 잎 시들고 꽃 졌으니,
歲月如箭疾(세월여전질) 세월은 참으로 쏜살같이 빠르구나.
刮苔鐫大字(괄태전대자) 이끼를 긁어내고 큰 글자 새기면서,
題作風松石(제작풍송석) 바위를 풍송석風松石이라 이름 붙였네.
應有繼來者(응유계래자) 당연히 이곳을 찾는 후손들 있을지니?
爲余長歎息(위여장탄식) 나의 뜻에 크게 감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