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賦雨後靑草 二首 부우후청초 이수
비 온 뒤에 청초靑草를 시제詩題로 두 수 짓다.
其一
獨向禪堂卧(독향선당와) 홀로 선방禪房에 들어가서 누웠는데,
終宵聞雨聲(종소문우성) 밤새도록 비오는 소리 들렸네.
朝起望遠野(조기망원야) 아침에 일어나서 먼 들판 바라보니,
草色何靑靑(초색하청청) 풀빛이 얼마나 푸릇푸릇 하던지!
宿雲離復合(숙운리부합) 밤새껏 구름은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하고,
山日翳還明(산일예환명) 서산으로 졌던 해도 다시 밝아오네.
感玆時物變(감자시물변) 이 시절과 경물의 변화를 느끼다보니,
悠悠傷我情(유유상아정) 내 마음 끝없이 상감傷感에 젖어드네.
其二
我有濂溪草(아유렴계초) 내게 염계濂溪 선생이 썼듯이 쓴 초고草稿는 있지만,
而無濂溪心(이무렴계심) 정작 염계濂溪가 지녔던 도심道心은 없다네.
閒庭經夜雨(한정경야우) 고요하던 뜰에 밤사이 비가 지나가더니,
翠色一寸深(취색일촌심) 풀잎의 비취색이 좀 더 짙어졌네.
門閉無來客(문폐무래객) 대문은 닫혀 있고 오는 손님 없는데,
山高易夕陰(산고이석음) 산이 높아서 땅거미는 쉽사리 스며드네,
詩成誰與和(시성수여화) 시를 다 지었으나 누구와 더불어 화답할꼬?
聊復一沈吟(료부일침음) 잠시 소리 낮춰 한차례 읊조려 볼 따름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