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江樓秋望 강루추망
강변 누각에서 가을풍경을 바라보며
西風扶病强登樓(서풍부병강등루) 서풍 부는데 병든 몸으로 간신히 누각에 올라보니,
景物無端入望愁(경물무단입망수) 풍광이 까닭 없이 근심스레 보여지네.
落日亂山千古色(낙일난산천고색) 해지면서 높고 낮은 산봉우리에 고색이 창연한데,
長天歸鴈數聲秋(장천귀안수성추) 먼 하늘에서 돌아가는 기러기가 누차 가을을 알리네.
消磨歲月今餘幾(소마세월금여기) 누릴 수 있는 세월 이제 얼마나 남았을까,
廓落襟期老未休(확낙금기로미휴) 허무한 생각은 늙어서도 멈춰지질 않네.
倚徧闌干吟政苦(의편난간음정고) 몇 번이고 난간에 기대어 정사를 읊으며 고민하자,
傍人謂我有何求(방인위아유하구) 곁에 있던 사람이 내게 ‘뭐 추구할 게 있느냐’고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