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국역 징비록

[국역]『징비록懲毖錄』 제 1 권 自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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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6 오전 9: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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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이란 무엇인가? 임진왜란壬辰倭亂이 발생한 후의 일을 기록한 것이다. 그

중에 임진왜란 전의 일도 가끔 기록한 것은, 그 전란의 발단發端을 구명究明하기

위한 것이다.

아아! 임진년의 전화戰禍는 참혹하였도다. 수십일[浹旬]2) 동안에 삼도三都3)를 지

키지 못하였고, 팔방八方4)이 산산이 무너져서 임금께서 수도를 떠나 파란[播越]5)하

였는데, 그리고서도 우리나라가 오늘날이 있게 된 것은 하늘이 도운 까닭이다. 그

리고 또한 선대의 여러 임금님들[祖宗]6)의 어질고 두터운 은덕이 백성들 속에 굳

게 결합되어, 백성들의 조국을 사모하는[思漢]7) 마음이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며,

임금께서 중국中國(明나라)을 섬기는 정성이 명나라 황제를 감동시켜 우리나라를

구원하는[存邢]8) 군대가 여러 차례 출동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들이 없었더라

면 우리나라는 위태하였을 것이다.

시경時經9)에 “내가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하여[懲] 뒤에 환난患難이 없도록 조심

한다[毖]”고 하였으니, 이것이 내가 징비록을 저술한 까닭이다.

나와 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어지러운 시기에 나라의 중대한 책임을 맡아

서, 위태로운 판국을 바로잡지도 못하고, 넘어지는 형세를 붙들어 일으키지도 못

했으니, 그 죄는 죽어도 용서받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시골 구석

[田園]에서 목숨을 부쳐 구차하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임금님의

너그러우신 은전恩典이 아니겠는가.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조금 진정되매, 지난날의 일을 생각하니 그때마다

황송하고 부끄러워 용신容身할 수가 없다.

이에 한가한 틈을 이용하여 내가 귀로 듣고 눈으로 본 바, 임진년壬辰年(선조宣祖

25, 1592)으로부터 무술년戊戌年(선조宣祖31, 1598)에 이르기까지의 일을 대강 기

술하니 이것이 얼마 가량 되었고, 또 장狀․ 계啓10) ․ 소疏․ 차자箚子11) ․ 문이文移12)와

잡록雜錄을 그 뒤에 부록附錄하였다.

비록 보잘 것은 없지만 또한 모두 그 당시의 사적事蹟이므로, 버리지 않고 두어

서, 이것으로써 내가 시골에 살면서도 성심으로 나라에 충성하고자 하는 나의 간

절한 뜻을 나타내고, 또 어리석은 신하[愚臣柳成龍]의 나라에 보답하지 못한 죄

를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1) 自序: 著者 스스로가 적은 머리말

2) 浹旬: 數十日을 말한다. 우리말 사전에는 열흘 동안, 中文大辭典에는 一旬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나,

여기서는 數旬 즉 數十日이라고 해석함이 옳겠다. 서울 ․ 開城․ 平壤이 함락되기까지의 時日은 60餘

日이 걸렸기 때문이다.

3) 三都: 서울 ․ 開城․ 平壤을 이른다.

4) 八方: 四面․ 八方, 또는 六合․ 八方이니 하는 八方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行政區劃인 八道를 指稱한

것이다.

5) 播越: 播遷과 같은 뜻. 임금이 都城을 떠나 避難함을 이른다.

6) 祖宗: 先代의 여러 임금을 이른다. 대개 功이 있는 임금은 祖로, 德이 있는 임금은 宗으로 일컫는

데, 朝鮮王朝에서는, [太祖], [世祖], [宣祖], [仁祖]는 功이 있는 임금으로 祖라 일컫고, 그 밖의

임금은 모두 宗으로 일컬었다. 後代의 [英祖], [正祖], [純祖]는 처음에는 宗으로 일컬어졌으나,

뒤에 와서 追尊하여 祖로 고쳐 일컬어졌다.

7) 思漢: 백성들이 祖國을 思慕한다는 말. 즉 中國의 前漢이 新의 王莽에게 찬탈당해 멸망하니 國民이

前漢의 遺德을 思慕하여 王莽을 擊滅하고, 다시 漢帝의 後孫인 劉秀를 추대하여 後漢을 建國한 것

을 말한다. [後漢書] 邳肜傳에 “邳肜曰吏民歌吟思漢久矣”란 記事가 있다.

8) 存邢: 中國의 周代에 天子인 周王이 諸侯國인 邢나라를 救援하였다는 故事를 引用하여, 明나라에서

우리나라를 救援한 일을 말한 것이다.

9) 時經: [時經] 第19卷 周頌 小毖章

10) 狀․ 啓: 書狀과 啓辭. 書狀은 임금의 命令을 받들고 地方에 나간 官員이 書面으로 報告하는 文書

이며, 啓辭는 각종 政策을 王에게 建議, 上秦하는 文書이다.

11) 箚子: 疏章의 하나. 일정한 格式을 갖추지 아니하고, 간단히 事實만을 기록하여 올리는 上疏

12) 文․ 移: 上級 관청에서 下級 관청에 指示 傳達하는 公文이다. 때로는 檄文과 布告文의 性格도 가

지고 있다. 文은 通諭文, 移는 移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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