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서애선생 시

여기에 게시된 서애선생관련시는 서애선생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류명희.안유호님의 "국역 류성룡시 1권~ 4권" 내용을 게시한 것입니다.

98, 擬古 十首 의고 십수, 의고시 열수 (기 일 - 기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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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0 오전 11: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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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擬古 十首 의고 십수, 의고시 열수

 

其一 기일

洞庭木葉下(동정목엽하) 동정호에 나뭇잎이 지는데,

蒼梧雲氣黑(창오운기흑) 창오산 위로는 구름자락 검어지네.

哀哀二妃淚(애애이비루) 애통하게 통곡하던 왕비의 눈물이,

灑染湘江竹(쇄염상강죽) 상강 주변 대나무에 뿌려져 얼룩얼룩 물들였네.

淚痕有時盡(누흔유시진) 눈물의 흔적은 지워질 때가 있지만,

哀怨無時歇(애원무시헐) 애통한 원망은 멈춰질 때가 없다네.

鳳駕去不回(봉가거불회) 봉가가 한 번 가서 돌아오지 않듯이,

人間自今昔(인간자금석) 인간세상은 현재에도 과거에도 본래 그러하다네.

 

其二 기이

魯城卑且小(노성비차소) 노나라 도성은 지세 낮고 협소하여,

龜蒙殘日愁(구몽잔일수) 귀산과 몽산에 석양이 깃들 면 수심에 잠기네.

歡娛詎幾何(환오거기하) 기쁨과 즐거움은 얼마 되지 않지만,

遺恨流千秋(유한유천추) 이루지 못한 회환은 천 년을 두고 전해지네.

婦言走聖轍(부언주성철) 비빈의 언사에 성퀘를 상실하네,

至治無東周(지치무동주) 이상적 치세가 동주에는 없었네.

愚哉季桓子(우재계환자) 어리석구나, 노대부 계환자여!

將死始慙羞(장사시참수) 죽을 때가 되어서야 부끄러워하겠는가!

楚山高鬱鬱(초산고울울) 초산은 높으면서 수목이 울창하고,

湘水淸悠悠(상수청유유) 상수는 맑디맑게 유유히 흘러가네.

獨醒亦知苦(독성역지고) 혼자만의 깨우침은 또한 괴롭다는 걸 알기에,

吾心難自由(오심난자유) 내 마음이 자유롭기가 난감하다네.

 

其三 기삼

歲暮薜蘿衣(세모벽라의) 세밑에 은자의 옷 벽라의를 걸쳤는데,

凉風吹正急(양풍취정급) 찬바람이 마침 세차게도 불어오니.

懷沙意未已(회사의미이) 모래자루 품고 강물에 투신할 생각 그치지 않나니,

乘雲叩閶闔(승운고창합) 구름타고 올라가서 천문을 두드려야겠네.

淵明有遠懷(연명유원회) 도연명은 원대한 포부를 품었기에,

不是嗜酒人(불시기주인) 음주만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네.

沈冥麴糱中(침명국얼중) 술맛에 매혹되어 거나하게 취하여,

世道堪悲辛(세도감비신) 세상살이에서 겪은 비분과 고통 견뎌냈다네.

 

其四 기사

道韻拔塵俗(도운발진속) 도가류 풍속도 속기를 뽑아내니,

淸風灑蘭雪(청풍쇄란설) 청풍은 난초 잎에 내린 눈을 털어주네.

知心一張琴(지심일장금) 마음 알아주는 것은 하나의 거문고뿐,

無絃意已足(무현의이족) 현이 없어도 의중을 이미 흡족케 하네.

渴不飮盜泉(갈불음도천) 목이 말라도 도천수는 마시지 않고,

勞不息惡木(노불식악목) 지처도 악목의 그늘에선 쉬지 않는다네.

古人多苦心(고인다고심) 옛 사람은 고심 많이 했지만,

今人笑其拙(금인소기졸) 지금 사람은 그 고지식함 비웃는다네.

春申方貴幸(춘신방귀행) 춘신군이 고관되어 한창 임금총애 받을 때,

珠屨三千客(주리삼천객) 구슬 장식한 신발 신은 식객이 삼천이었다네.

孟嘗擅齊權(맹상천제권) 맹상군이 제나라 권세잡고 전횡할 때,

鷄鳴皆鼎食(계명개정식) 닭 울음 흉내쟁이와도 밥솥을 쫙 배열해 놓은 곳에서 함께 식사했다네.

誰知原憲貧(수지원헌빈) 누가 알겠는가! 원헌은 비록 가난하지만,

終身守蓬蓽(종신수봉필) 평생 쑥대지붕에 나뭇가지 문짝 단 집을 지켰음을!

蓬蓽亦何戀(봉필역하연) 쑥대지붕에 나뭇가지 문짝 단 집에 또 무슨 미련 있었겠냐만,

所貴明心跡(소귀명심적) 귀하게 여긴 언행을 청명하게 함이었네.

 

其五 기오

鷦鷯巢蓬蒿(초료소봉호) 굴뚝새는 쑥으로 둥지를 틀어놓지만,

鴻鵠摩天飛(홍곡마천비) 큰 기러기와 백조는 하늘높이 난다네.

大小各有適(대소각유적) 대소사에는 제각기 적재적소가 있다지만,

誰知是與非(수지시여비) 누가 아는가? 그 적재적소의 옳고 그름을!

環奇衆所艶(환기중소염) 아름답고 진기하면 뭇사람이 탐내지만,

禍患還相隨(화환환상수) 재앙 역시 서로 따라 다닌다네.

逍遙雲海路(소요운해로) 구름 낀 해변 로를 거닐려고 한다면,

愼莫要身肥(신막요신비) 삼가 몸을 비대하게 하지마시라,

一夕落罟網(일석낙고망) 어느 날 저녁 그물에 걸리게 된다면,

反爲鷦鷯譏(반위초료기) 도리어 굴뚝새의 조롱을 받을 걸세,

不似朝陽鳳(불사조양봉) 동산 양지의 봉황새 같지는 못하다 해도,

千年覽德輝(천년람덕휘) 천년토록 어진 품덕의 광채는 끝어안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