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서애선생 시

여기에 게시된 서애선생관련시는 서애선생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류명희.안유호님의 "국역 류성룡시 1권~ 4권" 내용을 게시한 것입니다.

97, 閒居感懷 한거감회, 한가하게 독거 중에 느낀 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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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0 오전 11: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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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閒居感懷 한거감회, 한가하게 독거 중에 느낀 감회

 

老病習閒懶(노병습한라) 늘 병중에도 습관적으로 한가함이 싫어서,

黙坐竆朝昏(묵좌궁조혼) 묵좌하고 조석으로 이치를 궁구하네.

當其靜觀時(당기정관시) 이처럼 사물을 심안으로 정관할 때,

一念猶覺煩(일념유각번) 한 순간에 번뇌를 깨닫는 것 같았네.

昭昭爥鬼窟(소소촉귀굴) 환하게 도깨비굴을 촛불로 밝히고,

披霧迎朝暾(피무영조돈) 안개를 해치고 나가 아침 해를 맞이한 듯하네.

羣魔忽紛起(군마홀분기) 마귀들이 홀연히 어지러이 일어나서,

變作風塵渾(변작풍진혼) 바람에 날리는 혼탁한 티끌로 돌변해버리네.

周王棄明堂(주왕기명당) 주목왕은 조회 받던 정전을 외면하고.

八駿遊西藩(팔준유서번) 여덟 필 준마타고 서역으로 순행 했다네.

坐令徐方豪(좌령서방호) 서용의 호족들은 앉아서 호령했으니,

自擬天王尊(자의천왕존) 천자의 그 존엄을 절로 헤아리겠네.

卧榻已非有(와탑이비유) 와병하다가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禮樂誰復論(예악수부론) 예와 악은 누가 다시 논할꼬!

我昩古人心(아말고인심) 내가 옛 사람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함은,

只讀古人言(지독고인언) 옛 사람의 기록만 읽었던 탓이리라.

所以方寸地(소이방촌지) 그래서 사방 한 치도 안 되는 마음이,

翻覆如風幡(번복여풍번) 바람이 나부끼는 깃발처럼 이리저리 뒤집혔네.

中夜獨自警(중야독자경) 밤중에 홀로 자신을 경계하기를,

愼無滑而魂(신무골이혼) 삼가 네 정신을 혼란 속에 빠뜨리지 말라.

衰遲已白髮(쇠지이백발) 연로하여 몸은 이미 백발이 성성하고,

精力無多存(정력무다존) 심신의 활력도 얼마 남지 않았네.

歲月復幾何(세월부기하) 세월이 다시 얼마나 더 남았을꼬?

身世又蹇屯(신세우건둔) 이 몸의 형편 또한 순조롭지 못한 것을,

幸及未死前(행급미사전) 행운이 따라선지 아직 죽기 전에.

歸田亦君恩(귀전역군은) 전원으로 돌아옴은 역시 주군의 은덕일세,

迷復雖已晩(미복수이만) 미혹을 만회하기엔 이미 늦었을지라도.

泝流可竆源(소류가궁원)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발원지를 찾을 수 있으리,

時憂已非任(시우이비임) 시국이 걱정되나 이미 내 소임이 아니고,

家事付兒孫(가사부아손) 가정사는 자손에게 당부하여 두었네.

寸陰眞可惜(촌음진가석) 촌음도 진실로 아껴야 하느니,

一往如飛奔(일왕여비분) 한결같은 흐름은 마치 질주하듯 하니 말일세.

淸江繞茅舍(청강요모사) 맑은 강물 초가집을 감돌아 흐르고,

花竹盈春園(화죽영춘원) 화초와 대나무는 봄 정원을 감돌아 흐르고.

圖書靜四壁(도서정사벽) 도서는 사면 벽에 조용히 꽂아둔 채,

虛室絶塵喧(허실절진훤) 텅 빈 방안에서 속세 번민 끊어가네.

刊落枝與葉(간락지여엽) 가지와 잎사귀를 정지하여 쳐내고,

栽培惟本根(재배유본근) 희망하는 근간만을 재배해야지.

從此尙努力(종차상노력) 이제부터 오로지 노력해야 하리니,

斯言期不諼(사언기불훤) 이 말이 빈말 되지 않기를 바란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