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서애선생 시

여기에 게시된 서애선생관련시는 서애선생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류명희.안유호님의 "국역 류성룡시 1권~ 4권" 내용을 게시한 것입니다.

92, 重次學己上人詩卷韻 幷序 중차학기상인시권운 병서, 재차 승려 학기 시집에 차운하다

  • 관리자
  • 2021-11-24 오전 10:41:20
  • 2,070
  • 메일

92, 重次學己上人詩卷韻 幷序 중차학기상인시권운 병서

      재차 승려 학기 시집에 차운하다

戊子秋 余在河上 學己來訪 適精舍菊花盛開 余贈詩曰 叢菊亦可憐 風霜方未央 離披空山下 爛熳誰爲芳 幽人來日暮 三歎獨彷徨 有僧同住錫 知我遠懷長 其後丙申 余隨天將南征 暫過河上 學己又來 持詩卷求和 余步其韻贈之云 維舟山上樹 構屋水中央 世道方榛塞 芝蘭詎自芳 九年重到此 中夜起彷徨 風塵何日息 關海意空長 今適三年 而余以罪被逐 來寓山中 學己自東庵日來見余 閒中出詩卷示之 余不覺歎息 因有羨於空門 復用其韻 作長短句書其後

무자추 여재하상 학기래방 적정사국화성개 여증시왈 총국역가련 풍상방미앙 이피공산하 난만수위방 유인래일모 삼탄독방황 유승동주석 지아원회장 기후병신 여수천장남정 잠과하상 학기우래 지시권구화 여보기운증지운 유주산상수 구옥수중앙 세도방진색 지난거자방 구년중도차 중야기방황 풍진하일식 관해의공장 금적삼년 이여이죄피축 래우산중 학기자동암일래견여 한중출시권시지 여불각탄식 인유선어공문 부용기운 작장단구서기후

 

무자년 가을, 내가 하회에 있을 때, 학기가 찾아왔다. 때마침 정사에 국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나는 시를 지어주면서 소리 내어 읊기를

 

떨기로 무성한 국화 역시 사랑할 만하네,

찬바람과 서릿발에도 아직 지지 않았으니.

인적 없는 살림근처에 활짝 피었는데,

누굴 위해 만발해서 향기 풍기는 것인가.

은자가 해질 무렵 찾아 와서는,

찬탄을 거듭하여 홀로 배회하네.

승려와 함께 머물다 보니,

내가 원대한 포부 지닌 게 오래된 걸 알아주네.

 

구 후 병신년에 내가 명나라 장수 따라 남정할 때, 잠시 하회에 들렸는데, 학기가 또 시집을 들고 찾아와서 화운을 요구하여, 나는 그 시집에 수록된 시운에 차운하여 주었다.

 

산기슭 나무에 나룻배를 묶고 보니,

강물가운데 집을 한 채 지은 격이네.

세상으로 통하는 길이 지금 사방으로 막혔는데,

영지와 난초는 어찌하여 저 홀로 향기로운 가!

9년 만에 다시 이곳에 와서인지,

한밤중에 일어나 이리저리 배회해보네.

전란은 언제라야 그칠 것인가?

바다가 막히고 보니 생각만 공연히 깊어지네.

 

지금까지 꼬박 3년째 내가 죄를 짓고 축출되어, 이 산중에서 기거하는데도. 학기는 동쪽암자에서 날마다 나를 보러 왔다. 한가한 틈에 시집을 한권 내 놓고 보여주었는데, 나도 모르게 감탄하여, 불문에 대해서 부러워하는 마음이 솟아나기에, 다시 그 운자를 사용하여, 장단구를 지어 그 시집 후면에 썼다.

 

東臺高不極(동대고불극) 동쪽누대가 그다지 높지 않으니,

乃在天中央(내재천중앙) 그래도 하늘 가운데로 솟아있네.

臺邊桂花落秋風(대변계화낙추풍) 누대주변 계수나무 꽃이 가을바람에 지는데,

歲晩澗谷多幽芳(세만간곡다유방) 철 늦은 계곡 물가엔 그윽한 꽃이 많구나.

時有羽衣人(시유우의인) 때마침 도사가 나타나서,

驂鸞駕鶴來彷徨(참란가학래방황) 좌우로 난새 보호받으며 선학타고 배회하네.

我欲尋師往問道(아욕심사왕문도) 내가 스승을 찾아가서 도를 묻고자 하나,

怊悵雲深石路長(초창운심석로장) 실망스럽게도 구름 짙고 돌밭길이 멀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