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記夢 기몽
辛未秋 余在謙巖精舍 夢見三人 其一云晦庵 其二南軒 林擇之 時余讀朱書節要 覺以古詩記。
신미추 여재겸암정사 몽견삼인 기일운회암 기이남헌 림택지 시여독주서절요 각이고시기
신미년 (1371년, 선조 4년, 서애 30세) 가을, 나는 겸암정사에서 꿈에 회암과 남헌, 임택지 등 세 사람을 만났다. 그때 「주서절요」를 읽고 있었는데, 꿈에서 깨어난
다음 고체시로 그꿈 내용을 기록하다.
我生在今世(아생재금세) 나의 삶은 현세에서 살고 있는데,
尙友在前昔(상우재전석) 책에서 사귄 벗은 옛적에 생존했었는데.
永懷千載人(영회천재인) 오랜 세월 천 년 전의 벗을 그렸는데,
世遠不可覿(세원불가적) 현세와 너무 멀어 만나 볼 수 없었네.
時來讀遺編(시래독유편) 틈을 내어 그분들의 유저를 읽다보면,
往往見心曲(왕왕견심곡) 종종 내심의 깊은 생각과 만난다네.
玉盤薦明珠(옥반천명주) 옥쟁반에 야광주 담아 놓은 듯,
淵冰映新月(연빙영신월) 얼음 낀 연못에 초승달이 비취네.
讀罷三歎息(독파삼탄식) 글은 다 읽고 나서 찬탄을 거듭하다가,
夜就東軒宿(야취동헌숙) 밤 깊어 동쪽 방에 가서 잠이 들었네.
忽夢二三子(홀몽이삼자) 홀연히 꿈속에서 두세 사람 나타나네.
頎然入我室(기연입아실) 풍채 좋은 모습으로 내 방에 들어왔네.
顧我色敷腴(고아색부유) 날 보더니 얼굴빛이 희열에 넘쳐서,
一笑情脈脈(일소정맥맥) 미소 지으며 은근한 정 끝없이 풍기네.
定非平生親(정비평생친) 평소에 친 교한 사이는 정녕 아닌데,
想像猶面目(상상유면목) 생각해보니 이전에 꼭 본 듯한 모습이었네.
覺坐獨沈吟(각좌독침음) 꿈 깬 자리에서 홀로 나직하게 시를 읊는데,
曉窓風雨急(효창풍우급) 새벽 창가에 비바람 소리 거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