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八 看竹門 간죽문
老翁罷午睡(노옹파오수) 늙은이가 낮잠을 한잠 자고 나서,
負手行庭曲(부수행정곡) 뒷짐 지고 정원을 이리저리 거니네.
行庭意易闌(행정의역란) 정원을 거닐다가 그 정취마저 시들해져서,
出門看脩竹(출문간수죽) 문밖을 나가 길게 자란 대숲을 바라보네.
適與江風會(적여강풍회) 마침 강바람 불어와 귓전을 스쳐 가는데,
淸音散氷玉(청음산빙옥) 맑은 음향이 빙옥氷玉의 울림소리같이 흩어지네.
時有叩門人(시유고문인) 그때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으니,
忘形誰主客(망형수주객) 내 육신조차 잊고 있거늘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가?